“환자가 보는 앞에서 일회용 포장을 뜯어서 사용합니다.”
광주의 A 원장의 말이다. 하지만 모든 치과에서 이렇게 하지는 않는다.
90% 이상 차지하는 국내 치과의 경우 감염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기 쉽지는 않다. 의료기관인증평가가 시행되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감염관리실에서 자체적으로 감염관련 가이드라인을 구축해 관리하지만 개인병원은 아직 의료진의 양심에 의존하는 게 현실이다.
지난 2일 보건복지부와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의료관련 감염 발생률은 입원환자의 5~1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세계적으로도 의료관련 감염은 7~10%로 비슷한 수준이다. 때문에 치과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국내의료감염 발생률은 5.29~10.19%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미국 5~6%, 독일3.6% 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특히 수술부위의 감염은 3배 이상 높았다.
B 환자는 임플란트 시술 후 왼쪽 아래턱잇몸의 붓기가 2주나 가라앉지 않았다. 시술 후 이틀 정도면 붓기는 가라앉는다. 진통제와 소염제를 계속 복용했으나 소용없었다. 임플란트를 제거하고 약을 복용하자 2~3일 후 붓기가 사라졌다. 오염된 임플란트를 사용해 염증이 발생한 것이다.
정부에서는 그동안 감염관리정책을 대형병원 중심으로 시설기준 강화, 감염관리실 확대, 감시체계 구축 등 주로 인프라와 외연 확대에 집중했다.
치과는 아예 관리대상에서도 제외돼 감염관리에 매우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치과는 타액, 혈액 등에 쉽게 노출돼 일회용품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C 원장은 “치과는 대부분 의료수가인 의료행위가격이 적용되지 않아 재사용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것이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입안에 고인 물이나 피를 빨아들이는 석션팁이 대표적이다. 스케일링, 충치치료 등 일반치료에는 40원짜리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는데 일부 치과에서는 비용절감을 위해 일회용 석션팁을 재사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D 업체 본부장은 “석션팁, 환자 얼굴 덮개 등 일회용품을 간단히 세척해 재사용하는 곳이 많다”며, “치과치료는 구강 내 출혈이 있기 때문에 일회용품 재사용은 감염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따라서, 꼭 필요한 일회용 의료용품은 의료수가가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원칙적으로 모든 의료도구는 멸균 후 멸균상태를 색깔로 확인할 수 있는 멸균파우치에 넣어 보관하고 2주가 넘으면 다시 멸균해야 한다. 고압증기멸균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멸균기 테스트도 최소 1주일에 한 번은 해야 한다.
E 원장은 “사용했던 의료도구를 멸균하지 않고 다음 환자에게 또다시 사용하면 혈액을 매개로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 같은 교차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리가 허술한 곳은 의료도구뿐만이 아니다. 요즘 흔히 구입하는 멸균기를 보관하는 감염관리실을 대부분 스탭들의 휴식공간이나 쉼터 혹은 취사장소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곳에 멸균기를 두고 멸균된 도구라 해도 세균에 오염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한편, 치과를 비롯한 의료기관들의 감염관리 문제가 지적되면서 복지부는 현재 전국 치과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있으며 현장방문조사도 나갈 예정이다.치과 감염관리 실태조사는 이번이 처음으로 결과는 11월 나올 예정이다.
지난 6월에는 의료관련 감염 예방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감염관리실과 감염관리 담당자 지정 의무화 등을 치과에도 확대 적용한다고 밝혔다. 감염관리를 위한 필수 소모품 비용 등에 적정보상도 추진키로 했다. 또한, 앞으로 1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할 경우 자격정지 6개월의 처분을 내린다는 내용의 행정처분 기준도 마련했다.
※ 기사원문 : http://www.seminarbiz.kr/news/articleView.html?idxno=10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