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진료가 없는 시간, 치과 스텝 구인구직 사이트를 들여다보고 있는 A원장은 마음이 심란하다. 주 4.5일제, 인센티브 제공, 기숙사 제공, 세미나 교육비 지원...... 자신과 같은 동네치과 개원으로서는 도저히 맞춰줄 수 없는 직원 복지 수준에 상대적 박탈감이 드는 A원장. 조심스럽게 직원들 눈치를 보며 잠깐의 간식타임이나마 제안해 본다.
A원장은 “스텝 구인난이 심해지며 구인구직 사이트에 동네치과에서는 도저히 엄두를 낼 수 없는 근로조건들이 올라온다. 내가 가서 근무하고 싶은 정도”라며 “여력이 되는 치과들의 자유이긴 하지만 인력 수급마저 과당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치과의사들이 많이 보는 구인구직 사이트의 메인 화면을 장식한 구인 광고들을 보면 근로조건으로 내세운 내용이 화려하다.
식대, 차비, 명절·생일축하비 지급 등은 이제 기본옵션이고, 기숙사 제공을 비롯해 주 4.5일제(34.5시간 근무), 높은 인센티브, 잡무 없음을 보장하는 치과들의 광고가 즐비하다. 개중에는 해외워크숍이나 여행경비 지원, 무한 자기계발비 지원 등을 내세운 치과도 눈에 띈다.
이 같이 높은 수준의 근로조건을 내세우는 치과들은 주로 강남 등 주요 상권이나 교통 요충지에 위치한 대형 치과들로 일반 동네치과가 이들 병원의 근로조건을 따라가기란 쉽지 않다.
구로구에서 스텝 3명과 일하고 있는 한 원장은 “현재의 스텝으로 간신히 무리 없이 치과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 결원이 생길지 모르는 상황을 고려하면 스텝 한명을 더 충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내 경우는 잘 보이지도 않는 곳에 구인광고를 내고 있는데 메인화면의 화려한 구인 광고를 본 구직자들이 내 치과를 찾아올까 싶다”고 말했다.
특히, 대형 치과들이 내세우는 속칭 ‘여사님’, ‘이모님’으로 불리는 청소, 소독 등을 담당하는 보조 인력은 일반 동네치과에서 꿈도 꾸기 어렵다. 주 15시간 이상 정규 인력으로 고용할 경우 스텝 한명을 충원한 정도의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네치과에서는 주 몇 회 수준의 청소알바를 고용하거나 로봇 청소기 구입, 병원관리에 가족 동원 등 스텝 업무 과중을 덜어주기 위한 각종 수단과 방법이 동원된다.
그러면서도 소독실 청소를 하러 들어가는 스텝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연출된다고. 병원입지라도 역세권에 있으면 그나마 나은데, 조금만 외진 곳에 치과가 위치해 있어도 교통비를 추가로 지급해야 직원들이 온다는 것이 개원가의 전언이다.
인천의 한 원장은 “일반 개원의의 입장에서는 구인구직 사이트의 내용을 다 쫓아가다가는 뱁새가 황새 따라가는 격이 될 것”이라며 “부족한 스텝에 원장 한명이 맡아야 하는 업무가 자꾸만 늘어간다. 이제는 이를 로컬 원장의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헛웃음이 나온다”라고 말했다.
출처 : 데일리덴탈 (http://www.dailydent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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