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계소식

치과의료 좀먹는 원격의료의 역습

작성자정보통신위원회 등록일2022-01-13 조회3056

치과의료 좀먹는 원격의료의 역습

환자 유인·마케팅 수단으로 이미 변이 시작

진단 앱, 가정용 구강스캐너까지 다양한 제품 가시화

‘무료진단 컨설팅’ 유혹…법망 우회 사각지대 노려

허술한 기능·콘텐츠 빈축, 의료사고·분쟁 위험 우려

최상관 기자 skchoi@dailydental.co.kr등록 2021.12.22 20:29:15


가정용 구강스캐너, 비대면 구강진단 앱, 원격 투명 교정 등 치과 분야로의 원격의료 진출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최상관 기자>
▲ 가정용 구강스캐너, 비대면 구강진단 앱, 원격 투명 교정 등 치과 분야로의 원격의료 진출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최상관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를 틈타 치과계에도 원격의료의 유혹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치과는 의과나 한의과에 비해 진입 장벽이 높지 않겠느냐는 예단이 무색할 정도로 IoT(사물인터넷), 인공지능(AI) 기술을 위시한 플랫폼 업체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접근 방법도 다양하다. 온라인 또는 AI 구강관리 앱, 원격 교정 등이 이미 시장에 진입했고, 최근 ‘가정용 구강스캐너’도 정식 출시를 목전에 뒀다.


이중 가정용 구강스캐너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기술을 출자해 Y사가 개발했으며 이르면 내년 상반기 출시가 예상된다.


업체 측은 최대 5.6mm 크기의 초소형 렌즈 3개로 약 4mm의 근초점에서 120° 촬영이 가능해 환자가 스스로 구강 깊숙이 볼 수 있다고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또 환자가 치과 진료를 받을지 말지 스스로 판단이 서질 않을 때는 구강스캐너로 촬영한 사진·영상을 앱을 통해 ‘클라우드’에 올린 후 위치기반 서비스로 원하는 치과를 지정하면 판독 결과를 분석해 준다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특히 업체 측은 정식 진료가 아닌 이른바 ‘무료 진단 컨설팅’으로 제공되는 것인 만큼 법적 문제 될 이유가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속내를 들춰보면 원격의료라는 이름만 없을 뿐 사실상 원격의료와 차이가 없다. 이는 해당 업체가 해외 사용자를 위한 모델에 ‘유료 원격진료서비스’라고 명명한 점에서 잘 드러난다.


# 병원 홍보·신규 환자 유입 목표
문제는 또 있다. 해당 업체가 ‘무료 진단 컨설팅’을 통한 병원 홍보 및 신규 환자 유입 효과라는 위험한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Y사 대표는 “단순한 기기 판매를 넘어, 클라우드와 앱을 기반으로 한 의료 컨설팅 및 광고 서비스 등 다양한 수익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병원과 환자를 연계하는 통합 서비스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접근 방식은 지난해 출시된 AI 구강관리 앱 ‘이아포’에서도 문제가 된 바 있다. ‘집에서 하는 셀프 구강 검진’을 내걸었던 해당 앱은 검진 결과가 좋지 않으면 인근 치과로 안내해 주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제로는 환자 유인을 위한 마케팅·홍보가 주 목적이 아니었냐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했다.


특히 환자 유인 기능 악용 우려는 비대면 구강관리 앱뿐 아니라 ‘강남언니’, ‘닥터나우’, ‘굿닥’ 등 의료계 플랫폼에서도 모두 적용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한 치과 원장은 “치과 원격의료는 검진이 상담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환자 유치를 위한 홍보 및 광고 수단으로 변질되거나 일부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조악한 기능 탑재, 해외선 부작용 속출
‘비대면’이라는 큰 사회적 흐름 속에서 치과 분야에 발을 들였던 제품과 서비스들의 경우 현재로서는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는 평가에 그치고 있다.


앞서 언급된 AI 구강관리 앱 ‘이아포’의 경우 충치나 치주질환을 잡아내는 것은 고사하고 사진 속 대상이 치아인지 아닌지도 정확히 분간 못 하는 조악한 인식 기능으로 빈축을 샀다.


또 지난해 원격진료 논란이 거세게 일었던 서울시 초등학생 ‘비대면 구강위생관리 서비스’ 시범사업 역시 치협의 적극적인 반대 입장 표명과 더불어 치면 착색제와 관련한 식약처의 행정처분이 내려지면서 결국 백지화 수순을 밟았다.


국내와는 달리 해외 사례는 원격의료의 한계와 부정적 측면을 방증하고 있다. 미국·캐나다·호주·영국 등 전 세계 14개국에 진출해 있는 원격 투명교정업체 S사만 보더라도 매해 수많은 부작용 사례가 보고된다. 미국의 소비자 보호기관 ‘BBB(Better Business Bureau)’에 2014~2020년까지 접수된 부작용 건수만 1800여 건에 이른다.


현 시점에서 원격의료에 대한 국내 치과 개원가의 불안감, 거부감 역시 확고하다. 기술적 한계로 오진하는 등 의료사고 위험이 늘 상존할 뿐 아니라 제도적 기반 역시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자칫하면 의료영리화를 위한 첨병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치협에서도 원격의료에 대해 단호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진균 치협 법제이사는 “원격의료는 ‘모든 환자를 동일 환경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진단의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의료 분쟁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는 한 국내에서는 시기상조”라며 “치과 원격의료 도입은 향후 치과 간 분쟁을 야기할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인 만큼 일선 개원가에서도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 원문 : https://www.dailydental.co.kr/news/article.html?no=118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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